왜 대한항공이 아닌 한진칼을 통해 아시아나항공을 인수하려 하는가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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왜 대한항공이 아닌 한진칼을 통해 아시아나항공을 인수하려 하는가?
  • 류재복 기자
  • 승인 2020.11.17 23:2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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왜 대한항공이 아닌 한진칼을 통해 아시아나항공을 인수하려 하는가?

 

[정경포커스=류재복 대기자] 대한항공과 아시아나항공 합병 발표에서 근본적인 의문은 왜 대한항공이 아닌 모회사인 한진칼을 통해 인수가 이뤄지냐는 것이다. 자본잠식 위험에 처해 있는 아시아나항공에 계속 지원할 수 없다고 판단한 산업은행과 경영권 분쟁에서 우위를 잡아야 하는 조원태 한진그룹 회장의 이해관계가 맞아떨어져서라고 전문가들은 분석한다.

한진칼을 통해 아시아나항공 인수에 성공하면 조 회장은 돈을 한 푼도 들이지 않고 ‘한진칼의 경영권 강화, 대한항공 채무 1조원 상환, 아시아나 경영권 63.9% 확보’ 등 세 가지를 얻게 된다.

산은은 지난 16일 대한항공 유상증자가 불가능해 한진칼에 8000억원을 지원한다고 밝혔다. 한진칼은 대한항공 지분 29%를 갖고 있는데, 자칫 지주사 요건(20%) 이하로 지분이 희석될 수 있다는 것이다. 대한항공·아시아나항공이 통합되면 지분율이 더 하락할 것이라고 산은은 주장했다. 대한항공은 아시아나항공을 자회사로 운영한 뒤 1~2년 이내 흡수할 계획이다.

그러나 이 같은 주장은 근거가 빈약하다는 지적을 받는다. 17일 경제개혁연대는 “교환사채 발행으로 조달한 자금으로 대한항공 유상증자에 참여해도 지주회사 의무지분율 요건은 충족할 수 있다”며 다른 방법을 제시했다. 산은이 한진칼의 교환사채를 인수해 한진칼에 7000억원을 지원하고, 대한항공은 산은을 대상으로 제3자 배정 방식으로 3300억원의 유상증자를 실시한 뒤 대한항공이 2조1700억원 규모의 주주 배정 방식 유상증자를 하는 방법이다.

이 경우 대한항공에 대한 한진칼 지분이 희석(27.7%)되지만 큰 차이가 없고, 산은 지원 금액은 8000억원에서 1조원으로 늘어난다. 대신 산은은 4.5%의 대한항공 지분을 직접 소유할 수 있게 된다.

경제개혁연대는 한진칼의 주주 구성에 영향을 주지 않으면서 지원할 수 있는 다양한 방법이 있는데도 “산은이 굳이 한진칼에 자금 지원을 해야 할 이유를 납득하기 어렵다”고 밝혔다. 전성인 홍익대 교수는 “무엇보다 한진칼도 아시아나 인수에 돈을 내는 것이 마땅한데 조원태 회장이 돈이 없기 때문에 이 같은 결정이 내려진 것으로 보인다”며 “이번 딜은 조 회장과 산은 둘에게는 ‘윈윈’이지만 아시아나, 대한항공에는 최선인지 질문해야 한다”고 말했다.

실제 한진칼은 이번 인수에 돈이 한 푼도 들지 않는다. 대한항공이 2조5000억원 규모로 유상증자를 할 때 한진칼은 7300억원 규모로 참여하게 된다. 그런데 산은에서 8000억원을 지원받는 한진칼 입장에서는 오히려 돈이 남는다. 대한항공이 증자하면 이 중 1조원은 대한항공 채무를 상환하고, 나머지 1조5000억원이 아시아나항공에 들어가게 된다.

산은의 지원액 8000억원이 전부 아시아나항공으로 가는 것도 아니다. 한진칼이 대한항공에 지원하는 7300억원 중 대한항공 채무 상환에 사용되는 금액은 2900억원이고 4400억원만이 아시아나 증자에 사용되는 한진칼의 기여 금액이 된다.

산은이 지원하는 8000억원 중 55%만이 아시아나 지원 금액인 셈이다. 그러나 향후 양사 통합 이후 대한항공은 아시아나 경영권을 63.9% 수준으로 확보하게 되고, 한진칼은 대한항공을 지배하고 대한항공은 아시아나를 지배하는 수직 구조가 완성된다.

향후 관건은 한진칼 지분 10.66%로 막강한 캐스팅보트를 쥐게 된 산은의 행보다.

이날 산은은 한진칼과 윤리경영을 위한 ‘안전장치’를 명시한 8000억원짜리 투자합의서를 체결했다. 한진칼이 지켜야 할 7대 의무조항 중에는 한진 일가의 갑질이 또다시 발생할 경우 경영진 교체까지 할 수 있다는 내용도 포함된 것으로 알려졌다. 경영성과가 미흡할 때는 조 회장을 비롯한 경영진 교체나 해임까지 추진하는 게 가능하다.

혈세를 투입해 재벌기업에 특혜를 준다는 비판을 의식한 것으로 보인다. 조 회장과 한진그룹 경영권을 두고 대립해온 행동주의 사모펀드(PEF) KCGI는 “(산은이) 정상 기업 한진칼에 증자한다는 것은 조원태에 대한 우호지분이 되기 위한 것”이라고 주장하고 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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